[메리 좀 찾아줘] 2020 미쟝센 단편영화제

코로나와 랜선 집들이

지난여름, 지독한 더위가 만들어 낸 호캉스, 카캉스, 서캉스와 같은 단어는 이제 너무 낯익다.

올여름도 사람들은 책 한 권을 들고 호텔, 카페, 서점을 열심히 돌아다니겠지.

 

아니다.. 코로나...

 

코로나는 또 다른 현상을 만들어 냈다.

줌 강의, 랜선 집들이, 온라인 학회, 상시 재택근무... 아직도 진행 중이다.

 

미술관도 온라인 전시를 하고 인원 제한을 한 예약제로 운영을 한다지만 답답하다.

답답하다.

 

숨 좀 쉬고, 부대끼며 살고 싶다.

 

그래서 찾은 용산 CGV.

2020년 미장센 단편영화제 경쟁 부분 본선 상영작을 보러 갔고 그중 일부를 보고 왔다.

 

메리 좀 찾아줘

40분의 시간이 순식간으로 느껴질 정도의 몰입감을 가졌음에도 자극적이지 않았다.

당연히 개인적인 호감에 따라 달라지지만 '벨런스 파'인 나로서는 러닝타임과 이야기의 볼륨, 긴장과 분위기 모두 과하지 않고 정리가 잘 된 균형 잡힌 작품이어 만족스러웠다. 아쉬운 건 쉬는 시간 5분만 좀 주지...라는 것뿐.

(4편의 단편을 연속 상영하는 방식이라 호흡을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좀 더 느끼고 싶었는데.. 감독도 그걸 원했다고..)

                                                                                                                                                 출처: Naver 영화, 메리 좀 찾아줘

의도적인 불편한 각도의 화각과 핸드헬드의 흔들림, 아역 포함 주연 가족 배우분들의 연기가 끝나고 나서 기억이 남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불안, 긴장,  진실, 억울함을 넘어선 부부간의 감정의 대화가 딸에게 전달되는 흐름이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스며들었다.

 

단편의 재미와 독

새로움, 과감함, 자극적, 진화, 과격, 독창, 다양성, 제약, 타파, 치열, 스타일...

단편의 힘은 분명 여기서 나온다.

 

그런데 그대로 돌아온다.

낯섦, 도 넘기, 불편함, 무리수, 자기만의 세계, 공감의 어려움, 내용 없음, 과격, 이미지만 가득...

 

짧은 시간에 (다행히) 직설적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한 관객에게 정조준하여 한 발 한 발 정밀 타격하고픈 마음은 백번 이해가 되지만 관객으로서 내 몸을 빗겨나가는 총탄을 보며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다.

('좀 확실히, 내가 원하는 대로?, 때려줘!'라고 속으로 외쳐본다)

그것 또한 단편의 매력이기도 하고.

 

나가며

살 것 같다.

 

안전거리를 둔 영화관 좌석에 앉아 광고 없이 보는 영화가 얼마나 오래간만이었는지 생각했다.

영화제에서 영화를 볼 때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지만 묘하게 유대감 같은 게 있다.

그럴 거라 믿고 있다.

 

크래딧을 챙겨 보고 싶은 사람들일 것 같고, 마지막 음악을 들으며 잠깐 영화 갈무리도 해보고 싶고.. 

너도 그럴 거라는 기대가 있다.

 

설사 취향은 다를지라도 굳이 이곳에 와서 같이 앉아있다는 안도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