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열심히 해라. 고등학교 공부로 평생 먹고살 수 있는데 엄청난 가성비 아니냐?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야기했다.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고, 40대가 되고 보니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리도 아닌 여러 말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 둘 재우고 육퇴를 하고 나니 술 한잔이 당기기도 하고 그렇게 혹해서 한잔 했다가 '어린이집도 가지 않는 일요일 아침 피로에 손해 보는 건 결국 나'라는 나약한 몸과 마음이 된 나를 보면서 좀 서글퍼지기도 한다.
느닷없이 공부 이야기가 떠오른 건 오늘도 이어진 불 꺼진 첫째의 침대 위에서의 매우 아슬아슬한 수면과 각성 사이의 줄다리기 중이었다. 아기의 숨소리는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고 있었고 나는 이 침대를 벗어나기만 하면 육퇴라는 목표가 성공하기 직전의 순간, 조용히 나가려고 몸을 움직이는 순간 "아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최소 10분 더.
빨리 포기하고 눈을 감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얘는 어떤 유치원을 가고, 어떤 초등학교를 가서 뭐에 흥미를 느낄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생각을 이어가다 구시대적인 저 문구가 떠올랐다.
먹고사는 문제.
40줄에 들어선 나는 이미 뭔가 정해진 것 같은데 과연 그랬나? 음 그런 면이 있기는 하지..
그런데 진짜 지금, 오늘 하루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장 도움이 되는 건 뭐지?

요리.
그래... 내 인생 황금기에 보낸 군 생활 중 그나마 그 시간이 아주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고 스스로 납득할 만한 만족감을 준 몇 안 되는 경험이 요리였다.
30대 초반까지는 나는 나의 2년 2개월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었다. 적어도 워킹홀리데이로 1,2개국을 더 갈 수 있었을 것 같고, 언어도 하나는 어느 정도 수준급에 올렸을 것 같고, 나의 20살의 뇌는 말랑말랑해서 뭐든 잘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과 어쩔 수 없는 후회 같은 감정을 가지고 살았었다.
그 와중에 그래도 취사병 생활 8개월(지금은 사라진 해양경찰은 각 배의 막내가 취사를 했다.)을 하며 얻은 '요리할 줄 아는 인간'이라는 타이틀은 자취뿐만 아니라 결혼 한 이후, 육아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나이, 성별, 국적 모든 걸 불문하고 지금 당장 뭔가를 시작해서 인생 전체가 당장 조금이라도 편해지는 기술
이런 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런 건 있을 수 없고, 그래도 가장 유사한 하나를 고르라면 단연코 요리를 배워보는 건 어때?라고 말하고 싶다.
혼자만 챙기던 삶에서 결혼은 인생의 큰 변환점이고, 육아를 시작하면 지금까지의 모든 선택과 사건을 다 곱한 것 이상으로 모든 게 달라진다. 수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하나를 꼽자면 체력이다.
체력전. 말 그대로 체력을 기반으로 한 전쟁 같은 일상이 시작된다. 모든 에너지를 선택과 집중을 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아이들에게 보통의 마음을 쓸 수 있다. 하나하나 쌓이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퍼지고 만다.
체력은 너무나 쉽게 감정이 되고 그 감정은 의도치 않게 나의 태도가 된다. 나의 의지와는 생각보다 상관관계가 적음을 몸이 피곤해 보면 느낀다.
어차피 모두 첨인데 아내가 요리를 한다는 말은 어불성설.
요리는 천성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나는 10살쯤부터 몰래몰래 집에서 가스불을 켰었다.
내 인생 진정한 첫 번째 요리(재료수급부터 흔적 지우기까지 모두 완료)는 메뚜기 구이였다.
나 스스로도 좀 놀랍지만 사실이다.
3학년이 친구들과 메뚜기를 잡아서, 프라이팬에 기름을 붓고, 달아올랐을 때 살아있는 메뚜기를 넣고 뚜껑을 덮는다???
여하튼, 이런 성장배경을 가진 성병불문의 인간이 있고 맛 자체에 둔감한 사람도 있다. 미식가지만 손이 둔할 수도 있다. 손은 크고 빠르지만 맛있는 맛의 범주가 일반인과 차이가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결혼을 하면 요리는 여자가 주로 한다?
특히나 육아의 시기에는 그냥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된다. 그리고 둘 다 못하면 외주로 맡겨도 된다. 그럼에도 조금의 가능성이 있는 한 명이 조금은 요리를 제대로 할 줄 안다는 건 엄청난 삶의 질이 상승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둘 다 요리를 한다는 건 그저 축복이다. 서로가 서로에서 힐링을 선물하는 일!

내가 요리를 할 줄 알아 다행이다.
이 기술 덕분에 아내가 조금은 편해진다는 게 너무 기쁘다.
여분의 에너지가 본인의 멘털과 아이와의 관계, 우리 가족의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전 세계의 대부분의 남자들이여, 맘 편해지는 아빠요리를 시작하자.
그리고 여기에는 살짝은 요리가 무서운 엄마들도 포함된다.
요리에 시간을 최대한 적게 투자하고,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바로바로 해 먹고, 속이 편해야 내가 편하고 가족이 즐거워진다.
앞으로 장보기, 식기구입, 요리레시피 등등 조금은 부담을 들어줄, 요리가 심적으로 편해지는 나만의 방법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가며..
이거 하나를 먼저 말하고 싶다.
요리는 장보기부터 설거지 완료 까지가 요리다.
'요리는 내가 하고 설거지는 네가 해'라는 말은 반칙이다.
앞으로 하나하나 이야기해 봅시다: )
